투자자가 당신의 피치덱을 보는 시간은 평균 3.2분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읽히는 덱은 22%뿐이에요.

이 두 숫자가 무서운 이유는, 거절의 절반이 내용 때문이 아니라 못 만든 슬라이드 때문이라는 뜻이라서예요. 시장은 매력적인데 11번째 슬라이드에서 폰트가 깨지고, 차트는 엑셀 캡처라 흐릿하고, 스토리는 4페이지째에서 길을 잃죠. 투자자는 3.2분 안에 "이 사람, 정리가 안 됐네"라고 판단하고 다음 덱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좋은 덱을 만들려면 세 가지를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걸 다 잘하는 창업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셋 중 하나를 포기하죠.


창업자가 피치덱 앞에서 무너지는 이유

IR 피치덱을 만들어본 분은 아실 거예요. 시장 분석, 비즈니스 모델, 재무 예측, 팀 소개를 10~15장에 압축해야 하는데, 이걸 해내려면 전혀 다른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합니다.

  1. 콘텐츠 역량 — 시장 데이터 리서치, 스토리라인 구성, 재무 모델링
  2. 디자인 역량 —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데이터 시각화
  3. 도구 역량 — 피그마, 파워포인트, 키노트 숙련도

재무 모델은 빠삭한데 타이포그래피는 모르고, 디자인 감각은 있는데 피그마는 안 써봤고… 결국 외주를 주거나(비용), 며칠을 통째로 갈아 넣거나(시간), 디자인을 타협하거나(품질). 셋 중 하나는 무조건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짜증 나는 건, 피드백을 받고 나서예요. "3번 슬라이드 차트 색 좀 바꿔봐"라는 한마디 때문에 엑셀 열고, 차트 다시 그리고, 이미지로 export하고, PPT에 다시 붙이고… 도구를 네 번 갈아탑니다. 그렇게 파일명_최종_진짜최종_v3.pptx가 태어나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피그마를 아예 끊었다

여기서 발상을 한 번 뒤집어볼게요. 슬라이드를 그리지 말고 코드로 생성한다면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reveal.js라는 HTML 프레젠테이션 프레임워크는 중첩 슬라이드, 마크다운, 애니메이션, PDF 내보내기, 발표자 노트까지 전부 지원합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마크다운 + Vue 기반의 Slidev도 인기인데, 코드 하이라이팅·LaTeX 수식·다이어그램까지 넣을 수 있어요.

개발자 Philipp Hartenfeller는 "PowerPoint를 1년 넘게 안 쓰고 있다"고 썼습니다. HTML로 슬라이드를 만들면 Git으로 버전 관리가 되고, 코드 에디터에서 바로 편집하고, 브라우저에서 발표하니 데모 전환도 자연스럽다는 거죠. 즉 위에서 말한 "도구 네 번 갈아타기" 문제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코드 기반 슬라이드에는 항상 결정적인 진입장벽이 하나 있었어요. HTML/CSS를 직접 짜야 한다는 것. 디자인도 모르고 코드도 모르는 창업자에겐 그림의 떡이었죠.

바로 그 장벽을 Claude Code가 무너뜨립니다.


"IR 피치덱 만들어줘, 네이비에 골드 포인트로"

Claude Code한테 이렇게 말하면 — 진짜로 만들어줍니다. 콘텐츠 구성부터 차트 코드까지 한 번에요. 손으로 짤 줄 몰랐던 reveal.js 코드를, 대화로 주문하는 셈이죠.

실제로 이걸 해본 @seungheonyum 님이 Threads에서 공유한 인사이트가 핵심을 정확히 찌릅니다.

첫째, "제품 개발하듯이 했다" — 슬라이드를 한 장씩 끼적이는 게 아니라, 전체 구조를 먼저 잡고 반복 개선하는 방식.

둘째, "순정(기본 기능)으로 만들었다" — MCP 설정도, 커스텀 스킬도 없이 Claude Code의 코드 생성 능력만으로 충분했다는 것.

"순정으로 충분하다"는 게 중요해요. 뭔가 거창한 셋업을 깔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터미널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GitHub에 올라온 frontend-slides 같은 스킬을 쓰면 비디자이너도 애니메이션 들어간 단일 HTML 프레젠테이션을 더 쉽게 뽑을 수 있긴 합니다.)

Sider AI가 Claude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본 리뷰의 결론이 이 방식의 본질을 잘 요약해요. "브랜드 가이드를 잡아주고, 데이터를 직접 넣어주고, AI가 사실을 지어내지 못하게만 하면 — 결과물은 그냥 좋은 덱이다. AI가 만든 티도 안 난다".


세 가지 역량이 한 세션에서 끝난다

앞에서 포기해야 했던 콘텐츠·디자인·도구. 이 세 갈래가 Claude Code 방식에서는 어떻게 한 줄기로 합쳐지는지 비교해볼게요.

기존 방식 Claude Code 방식
콘텐츠 구성 워드/노션에서 별도 작성 대화로 구조 잡고 바로 코드 반영
디자인 피그마/PPT에서 수작업 CSS로 자동 생성, 대화로 수정
차트/데이터 엑셀 → 이미지 → 삽입 Chart.js 코드로 직접 렌더링
수정 사이클 도구 전환 필요 "3번 슬라이드 차트 색 바꿔줘" 한마디
버전 관리 파일명_최종_진짜최종.pptx Git으로 자연스럽게
추가 비용 피그마/Gamma/Beautiful.ai 구독 없음 (Claude Code 플랜만)

스토리 흐름도 알아서 잡아줍니다. Founder Institute가 강조하는 문제–솔루션–시장–트랙션–팀–Ask의 골격을 Claude Code는 이미 알고 있어서,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같이 설계해줘요.

다만 솔직하게 단점도 짚고 갈게요. PPTX로 변환하면 그라데이션이나 복잡한 레이아웃이 깨질 수 있고, CSS를 조금 이해하면 훨씬 유리합니다. 그래도 투자자 미팅에선 보통 PDF를 쓰니까, HTML → PDF 변환이 가장 깔끔한 루트예요.


반나절이면 끝나는 실전 4단계

회사 정보 전달 → 슬라이드 구조 확정 → HTML 코드 생성 → 대화로 수정 → PDF 내보내기.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1. 코드는 잠그고, 구조부터 잡기
    회사 정보(사업 분야, 핵심 지표, 투자 라운드 등)를 Claude Code에 넘기고 12장 슬라이드 구성안을 먼저 요청하세요. 이때 "코드는 아직 생성하지 마"라고 못 박는 게 핵심입니다. 구조가 틀린 채로 코드가 생성되면 수정 비용이 폭증하거든요. @seungheonyum 님의 "제품 개발하듯이"가 바로 이 단계예요.
  2. 디자인 스펙을 구체적으로 던지고 코드 생성
    확정된 구성안을 기반으로 HTML 슬라이드 생성을 지시합니다. reveal.js CDN 방식이 가장 간편해요. 막연히 "예쁘게" 말고 폰트, 컬러 팔레트, 슬라이드 크기(1920x1080)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네이비 배경에 골드 포인트 컬러"처럼요.
  3. 브라우저에서 보면서 대화로 반복 수정
    생성된 HTML을 브라우저에서 열고, 말로 고칩니다. "TAM/SAM/SOM 동심원 크기 비율 조정해줘" 같은 식으로요. 3~5회 사이클이면 꽤 괜찮은 퀄리티가 나옵니다. 도구를 갈아탈 일이 한 번도 없다는 게 핵심이에요.
  4. PDF로 내보내기
    브라우저 인쇄(Cmd+P)로도 바로 PDF가 되지만, 고품질을 원하면 DeckTape으로 자동 변환하세요. 한 줄이면 끝입니다.
    npx decktape reveal http://localhost:8000 pitch-deck.pdf --size 1920x1080

딱 하나, 절대 타협하면 안 되는 것

투자자 앞에 나가는 재무 수치는 Claude Code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만들어줘도 반드시 직접 검증하세요. AI가 만든 숫자를 그대로 쓰는 순간, 3.2분 안에 신뢰를 잃습니다. 디자인은 맡겨도, 숫자는 당신이 책임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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