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짜리 프로젝트였어요. 호주 최대 은행 NAB의 개발팀은 특정 하드웨어에 묶이지 않는 결제 앱을 새로 만들어야 했거든요.
실제로 걸린 시간은 3주였어요.
이 속도가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회사 하나가 나와요. 이메일 클라이언트로 시작해서 망하고, CAD 툴로 또 망하고, 4년 동안 다섯 번이나 사업을 갈아엎다가 지금은 스페이스X에 600억 달러(약 60조 원)에 팔린 회사 — Cursor예요.
똑똑한 팀도, 큰 컴퓨팅도 아니었어요
a16z 투자자들이 Cursor를 분석하면서 던진 질문은 하나였어요. AI 코딩 시장에서 결국 누가 이길까. 답은 셋 중 하나일 거라고 봤죠.
가장 똑똑한 팀에 베팅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이 바닥은 인재가 매주 회사를 옮기는 곳이라, "가장 똑똑한 팀"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오래 못 가요. 가장 강한 컴퓨팅에 베팅하는 방법도 있죠.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건 맞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적은 없었고요. a16z가 최종적으로 꼽은 답은 "가장 빠르게 반복하는 팀"이었어요.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들어맞는 예측이라는 거예요.
Cursor의 역사가 그 증거로 쓰여요. 2022년, MIT를 중퇴한 4명이 처음 시도한 건 AI 이메일 클라이언트였어요. 다음은 기계공학자를 위한 AI CAD 툴 — 이번엔 팀에 도메인 전문성이 없어서 접었죠. GitHub Copilot이 플러그인 형태로 너무 느리게 발전하는 데 답답함을 느낀 이들은 VS Code를 통째로 포크해서 지금의 Cursor를 만들었어요. a16z는 이 회사가 이후로도 탭 완성 IDE, 토큰 리셀러, AI 랩, 에이전트 플랫폼까지 4년 동안 다섯 번 정체성을 바꿨다고 정리해요. 2025년 Claude Code·Codex가 등장해서 "Cursor는 한물갔다"는 평가가 돌자 창업자가 전사 회의를 소집해 근무 강도를 끌어올렸고, 그 뒤로 저비용 고성능 모델 Composer 1.5·2.5, 다중 에이전트 아키텍처 Cursor 2.0, IDE 개념을 다시 짠 Cursor 3까지 연달아 내놨어요.
| 베팅 대상 | 문제점 | |
|---|---|---|
| 가장 똑똑한 팀 | 인재 이동이 잦아 리더가 매주 바뀜 | |
| 가장 강한 컴퓨팅 |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함 | |
| 가장 빠른 반복 | 실패해도 방향만 맞으면 결국 승리 | ★ |
말로는 쉽죠, 숫자로 보면 어떨까요
반복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Cursor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사 데이터가 다른 건, 그게 실제로 현장 숫자로 찍혀 나온다는 점이에요.
NVIDIA는 3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매일 Cursor를 써요. 도입 후 커밋되는 코드량이 3배로 늘었는데, 버그 발생률은 그대로였어요. 속도만 올리고 품질은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속도를 올려도 품질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NAB는 6,000명 넘는 개발자를 Cursor로 표준화했어요. Assembly 기반 메인프레임 핵심 뱅킹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마이그레이션이 3배 빠르게 진행 중이고, 원래 6개월 중 2개월을 사전 작업(레거시 코드 문서화, 요구사항 정리)에만 쓸 계획이었던 프로젝트를 엔지니어 한 명이 일주일 만에 끝냈어요. 결제 앱 하나는 4개월 계획을 3주로 줄였고요. 담당 개발자는 "5~8배 빨라졌다"고 말해요.
흥미로운 건 Cursor가 인수 발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거예요. 5월에 내놓은 Composer 2.5는 Claude Opus 4.7·GPT-5.5와 코딩 벤치마크 성능이 맞먹으면서, 작업당 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에요. 인수가 확정된 뒤에도 반복을 늦추지 않은 셈이죠.
이 교훈, 우리 팀엔 어떻게 적용할까요
코딩 얘기처럼 보이지만, NAB·NVIDIA 사례를 뜯어보면 업종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패턴이 나와요.
- 사전 작업부터 압축하기
NAB 엔지니어가 2개월치 문서화·요구사항 정리를 일주일로 줄인 것처럼, 리서치나 초안 작업처럼 반복적인 준비 단계에 먼저 AI를 넣어보세요. 본작업이 아니라 착수 전 단계가 가장 쉽게 줄어드는 구간이거든요. - 작업 난이도에 따라 도구 나누기
NAB는 단순 반복 작업엔 저비용 모델을, 아키텍처처럼 판단이 중요한 작업엔 고성능 모델을 붙였어요. 모든 작업에 같은 수준의 리소스를 쓰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 작은 실패를 파이프라인에 넣기
Cursor는 이메일 앱과 CAD 툴에서 실패한 뒤에도 "첫 번째, 두 번째, 열 번째 실수해도 계속 나아간다"는 태도를 유지했어요. 실험 하나의 실패 비용을 낮게 설계해야 반복 자체가 지속 가능해져요. - 반복이 쌓이면 그게 곧 레퍼런스가 돼요
Cursor의 매출 구성은 2025년 초 B2C 80% 이상에서, 인수 시점엔 B2B 80%로 뒤집혔어요. 초기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1년 차 사용량은 10배 넘게 늘었고요. 빠른 반복으로 쌓은 성공 사례 하나가 다음 계약을 부르는 구조예요.
핵심 포인트
NAB도 NVIDIA도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사전 작업을 줄이고, 도구를 나누고, 작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속도를 만들었죠. 방향이 아니라 순환 주기를 줄이는 것부터가 시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