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일 Financial Times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가 거래하는 로펌들에 청구액을 낮추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어요. 기술 덕분에 반복 업무가 빨라졌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그보다 2주 전에는 씨티 안의 다른 조직이 정반대로 보이는 숫자를 냈어요. 로펌을 고객으로 두는 씨티 로펌 그룹은 2026년 상반기에 로펌들이 고객에게 청구한 시간이 1년 전보다 4.2% 늘었다고 밝혔어요. 같은 회사의 한쪽은 일이 빨라졌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청구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빨리 늘었다고 말한 셈이에요.

은행들은 단가만 깎자는 게 아니라, 입찰·고정 수임료·효율 자료로 청구 방식 자체를 바꾸라고 했어요

은행들은 단가를 깎아 달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청구 방식 자체를 바꾸라고 요구했어요. Best Law Firms가 옮긴 내용에 따르면 씨티는 로펌 입찰을 의무로 만들고, 로펌에 AI를 어떻게 쓰는지와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묻기 시작했어요. 1년 안에 새 청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도 했어요. 모건스탠리는 경쟁 입찰과 고정 수임료 같은 방식을 요구했고, 골드만삭스는 효율이 얼마나 올랐는지 보여 주는 자료를 요구했어요. FT가 공개한 요약문은 세 은행이 “기술이 반복 업무를 더 빠르게 만들었으니 청구액이 내려가야 한다”고 로펌들에 말했다는 내용이에요. FT 본문은 유료여서, 은행별 요구 방식은 Best Law Firms의 정리로만 확인할 수 있어요.

은행들이 압박하는 배경에는 단가가 있어요. Best Law Firms가 법률 비용 분석 회사 Persuit의 자료를 옮긴 바로는, 어소시에이트(주니어 변호사)의 시간당 평균 청구액은 798달러로 2023년보다 33% 올랐어요.

NYT DealBook은 법률 AI 회사 Legora의 직원 Kyle Poe가, 기업 사내 법무팀들이 로펌에 일괄 20~30%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어요. 이 숫자는 세 은행이 아니라 기업 사내 법무팀 전반을 두고 한 말이에요. Legora는 로펌에 법률 AI를 파는 회사라서, AI가 비용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커질수록 이익을 보는 쪽이에요.

씨티는 청구 시간이 늘어난 이유를 AI가 아니라 M&A 거래 회복에서 찾았어요

씨티는 청구 시간이 늘어난 이유를 AI가 아니라 거래 자문에서 찾았어요. 대형 M&A와 중견 M&A를 함께 맡은 거래 자문 업무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에요. Bloomberg Law는 씨티의 Daniel Greenfield가 AI 기술이 로펌 수요를 잠식하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어요.

+4.2%2026년 상반기 로펌 청구 시간 증가율(2025년 상반기 대비, 씨티 집계)
1.5~2%씨티가 말한 청구 시간의 장기 평균 증가율
+9.7%같은 기간 로펌 총비용 증가율(씨티 집계)
0.25%지난해 말 로펌 매출에서 AI 지출이 차지한 비중

씨티 로펌 그룹은 2026년 상반기 로펌의 청구 시간을 2025년 상반기와 비교했어요. 증가율은 4.2%로, 씨티가 말한 장기 평균 증가율 1.5~2%의 두 배가 넘었어요. 같은 기간 로펌의 총비용은 9.7% 늘었고, Bloomberg Law는 기사 제목에 AI가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적었어요. 웰스파고의 조사도 수요가 늘었다는 방향은 같지만, 원인은 다르게 봤어요.

조사표본상반기 수요 증가원인 설명
씨티 로펌 그룹공개 설명에 없음청구 시간 +4.2%M&A 거래 회복
웰스파고 Legal Specialty Group140곳 넘는 로펌(미국 매출 상위 100곳 중 69곳)일한 시간 +4.8%AI 투자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자금 조달 자문

웰스파고 조사에서 로펌의 변호사 수는 2.9% 늘었어요. 일한 시간은 4.8% 늘었으니, 변호사 한 사람이 일한 시간도 늘어난 셈이에요. 웰스파고는 AI 투자 붐이 데이터센터 개발과 자금 조달 자문 수요를 키워 로펌 일을 늘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봤어요.

씨티의 4.2%와 웰스파고의 4.8%는 모두 업계 전체가 일한 시간을 합친 숫자예요. 그래서 두 숫자만으로는 일 하나에 드는 시간이 줄었는지 알 수 없고, “AI가 시간을 못 줄였다”는 증거로 쓸 수도 없어요. 씨티의 원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수와 산출 방법도 공개 설명에 없어요. 그래도 AI를 매일 쓰는데 청구 시간은 늘었다는 어긋남은 남아요. 씨티가 로펌 57곳을 따로 설문한 결과, 3분의 2가 어소시에이트가 AI를 매일 쓴다고 답했어요. Bloomberg Law 칼럼니스트 Roy Strom은 이 상황을 “미스터리”라고 불렀어요.

AI가 대형 로펌이 주요 고객을 상대하는 데 드는 시간을 이미 크게 줄였다면, 청구 시간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 (Roy Strom, Bloomberg Law)

로펌의 AI 지출은 지난해 말 매출의 0.25%였고, Greenfield는 “로펌들은 그 지출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어요. AI에 드는 돈은 지금 고객 청구서가 아니라 로펌의 비용에 잡히고 있어요.

AI를 처음 익히는 데는 오히려 시간이 들어서, 로펌들은 그 시간을 고객 청구 대신 연간 청구 시간 목표에 최대 100시간까지 쳐 주기 시작했어요

대형 로펌의 어소시에이트에게는 1년에 채워야 하는 청구 시간 목표가 있어요. Ropes & Gray는 1,000명 넘는 어소시에이트와 카운슬에게, AI를 실험하고 배우는 시간을 이 연간 목표에 1인당 최대 100시간까지 넣어 주고 있어요. 회사 공식 페이지는 이 시간을 “연 최대 100시간까지 인정되는 혁신 시간(Innovation Hours)”이라고 적어요. 고객 청구서에는 오르지 않지만, 회사 안에서는 일한 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이에요. 회사 대변인은 올해 이 제도로 쓴 어소시에이트 시간이 35,000시간을 넘는다고 했어요. 다만 Ropes & Gray의 AI 소개 페이지는 회사 홍보 페이지이고, 35,000시간은 대변인이 말한 숫자예요.

이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현장의 말에 있어요. Ropes & Gray의 9년 차 어소시에이트 Kevin Schoonveld는 Reuters에 이렇게 말했어요.

AI 도구를 처음 써 볼 때는 시간을 많이 들이는데, 처음부터 효율이 크게 오르지는 않아요. (Kevin Schoonveld, Ropes & Gray)

Holtzman Vogel은 1월에 1~3년 차 어소시에이트의 AI 교육·훈련 시간을 연 100시간까지 청구 시간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글이 확인한 발표 내용만으로는, 이 시간이 고객 청구서에 오르는 시간인지 Ropes & Gray처럼 회사 안 목표에 쳐 주는 시간인지 구분되지 않아요.

Akerman은 4월부터 AI 과제에 쓴 시간을 인정해 주고 있어요. 어소시에이트들은 회사 내부 포털에 올라온 AI 과제를 골라, 건설 계약을 검토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거나 AI 리서치 도구가 틀린 사례를 기록했어요. Akerman 회장 Scott Meyers는 “청구 시간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줄어든 청구 시간만큼 비는 자리를 다른 방법으로 채워야 한다면, “청구 시간과 인정 시간을 섞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AI 때문에 고객에게 청구할 시간이 줄어들면, 비는 연간 목표를 AI 과제 같은 인정 시간으로 채우겠다는 말이에요. 목표를 시간 단위로 정하는 방식은 그대로 두고, 그 시간을 채우는 일의 종류를 바꾸는 셈이에요.

청구서에서 시간이 실제로 줄어든 곳은, AT&T처럼 고객이 로펌에 맡기던 문서 검토와 초안 작업을 사내 팀으로 직접 가져간 쪽이었어요

AT&T는 1월에 38명 규모의 사내 법무팀 LegalEdge를 만들었어요. 이 팀은 AI를 써서 문서 검토, 리서치, 증인 면담, 첫 초안 작성을 로펌 대신 맡아요.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맺은 후원 계약(AT&T 스타디움 명명권 포함)을 재협상하는 일과 경쟁 통신사를 상대로 낸 허위 광고 진정도 로펌 없이 처리했어요. 법무총괄 David McAtee는 결과를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보는 것은 어소시에이트 시간이 줄어드는 모습이에요. (David McAtee, AT&T 법무총괄)

AT&T는 올해 수천 시간 분량의 일을 사내에서 처리했지만, 절감액은 아직 추산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대신 앞으로 2년 동안 쓰는 로펌을 30곳 안팎에서 18~20곳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어요. 청구서의 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로펌이 일을 빨리 끝내서가 아니라, 고객이 일 자체를 가져갔기 때문이에요.

이 방식에도 반대편 장면이 있어요. AT&T를 다룬 같은 Reuters 칼럼에서 로펌 파트너들은, 고객이 AI로 만든 초안을 보내오면 처음부터 쓰는 것보다 고치는 데 더 오래 걸린다고 불평했어요. Best Law Firms가 인용한 법률 기술 회사 Morae의 설문에서는 고위 법률 전문가의 최대 3분의 2가 AI 결과를 검증하는 비용이 효율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걱정했어요.

그래서 고객과 로펌의 다툼은 시간당 단가에서, 어떤 일을 누가 맡을지로 넓어지고 있어요

Strom은 감액 요구를 거꾸로 봤어요. AI가 정말 시간을 줄인다면 시간당 청구가 고객에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에요. AI 비용은 로펌이 내고, AI를 쓰는 어소시에이트는 시간을 덜 청구하기 때문이에요. 그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로, 로펌이 빨라진 일에서 남은 시간을 추가 서비스나 “더 꼼꼼한 작업”에 쓰고 있을 가능성을 들었어요. 그리고 고객이 요구해야 할 협상은 AI 시대에 어떤 범위의 일을 하느냐에 관한 것일지 모른다고 썼어요.

씨티 로펌 그룹의 자문 총괄 Gretta Rusanow는 시간당 청구에서 벗어나는 일을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라고 했어요. 동시에 일이 덜 걸린다는 것을 아는 고객은 시간당 청구를 반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어요. 씨티 로펌 그룹은 로펌을 고객으로 둔 조직이라서, 감액을 요구하는 씨티 법무팀과는 이해관계가 달라요.

로펌이 AI로 빨라진 일에서 남은 시간이 고객의 청구액을 줄였는지, Strom의 추측처럼 추가 서비스나 더 꼼꼼한 작업에 쓰였는지는 지금 공개된 숫자로는 보이지 않아요.

예전에 고객과 로펌은 시간당 단가를 놓고 다퉜어요. AI가 들어온 뒤에도 로펌이 청구한 시간은 오히려 늘었고, 빨라진 일에서 남은 시간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청구서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다툼의 대상이 단가에서, 어떤 일을 로펌에 맡기고 어떤 일을 고객이 직접 할지로 넓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