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 미국 온라인 실험 플랫폼 Prolific에 모인 참가자들이 테트리스나 퐁을 닮은 흑백 게임을 하나씩 받았어요.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자 John J. Conlon과 카네기멜런대 Peter Schwardmann이 연 실험 시장이에요. 참가자는 AI 코딩 에이전트에게 지시해 게임을 고쳤고, 남이 만든 게임에는 실제 돈을 내고 플레이했어요. 그 시장에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AI가 혼자 고친 게임도 섞여 있었고, 사람들은 그쪽에 돈을 더 냈어요.
연구는 세 번 열렸고 참가자는 모두 1,025명이에요. 연구 1에서는 일반 참가자 296명이 게임을 만든 뒤, 다른 참가자가 만든 게임에 돈을 내고 플레이했어요. 연구 2에서는 창작이 직업인 180명이 게임만 만들었고, 연구 3에서는 549명이 앞의 두 연구에서 나온 게임을 플레이하고 돈으로 값을 매겼어요. 세 연구 모두 설계를 미리 등록했고, 논문은 10월 12일 arXiv에 올라왔어요.
같은 단순한 게임을 사람은 AI에게 세 번 지시해 고쳤고, AI는 '훨씬 재밌게 바꿔 줘' 한 번만 받고 혼자 고쳤어요
제작자는 떨어지는 블록, 공을 튕기는 패들 같은 흑백 ‘기본 게임’ 7종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받았어요. 게임 하나를 고칠 때 코딩 에이전트에게 메시지를 세 번 보낼 수 있었고, 매번 보내기 전에 게임을 최소 10초 플레이해야 했어요. 제작자마다 이렇게 게임을 세 개씩 만들었어요. 세 게임이 모두 같은 기본 게임에서 출발했는지는 논문에 나오지 않아요.
AI 쪽은 모든 게임에 같은 지시문 하나를 썼어요.
redesign [the basic game] to be much more creative, engaging, and fun to play. Feel free to build on the basic design or completely redesign it.
“기본 게임을 훨씬 더 창의적이고, 빠져들고, 재밌게 다시 설계해 줘. 기본 설계를 살려도 되고 완전히 새로 설계해도 돼”라는 뜻이에요. 이 지시를 받은 Sonnet 4.6이 한 단락으로 아이디어를 쓰면, 연구진은 그 글을 사람이 쓰던 것과 같은 코딩 에이전트 Opus 4.8에 한 번 보냈어요. 테스트도, 다시 고치는 과정도 없었어요. 연구진은 이 설정을 “deliberately handicapped”, 곧 일부러 불리하게 만든 조건이라고 불렀어요. 이렇게 나온 AI 게임이 297개예요.
두 모델은 모두 Anthropic 것이에요. 논문은 외부 연구비가 없고 이해 상충도 없다고 밝혔어요. 저자와 Anthropic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는 공개 설명에 나오지 않아요.
게임 하나 고치는 품을 방금 겪어 본 참가자들이 값을 매겼는데도, AI 게임에 돈을 더 냈어요
연구 1에서 값을 매긴 사람은 바로 앞 단계에서 기본 게임을 직접 고쳐 본 296명이에요. 이들은 게임 하나를 고치는 데 얼마나 품이 드는지 알았고, 자기 취향대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고, 같은 처지의 제작자에게 마음이 갈 수도 있었어요. 이 사람들이 다른 참가자의 게임과 AI가 혼자 만든 게임을 받아 실제 돈으로 값을 매겼어요.
질문은 “기본 게임 대신 이 게임을 최소 1분 플레이하는 데 얼마까지 내겠느냐”였어요. 0~1달러 사이에서 무작위 가격이 뽑히고, 그 가격이 참가자가 적은 금액보다 낮으면 실제로 그 가격을 내고 그 게임을 했어요. 경제학에서 BDM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에요. 소비자가 적은 금액은 그 게임을 만든 제작자에게 보너스로 갔어요.
방금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처지의 참가자가 만든 게임보다 AI가 혼자 만든 게임에 평균 10센트를 더 냈어요. 여기 붙은 SD는 표준편차예요. 참가자들이 적은 금액이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금액과 점수처럼 단위가 다른 결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때 써요. 연구 1에서는 10센트 차이가 0.31 SD였어요. 연구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뒤에 나오는 0.16 SD는 대략 이 차이의 절반쯤 되는 크기로 가늠하면 돼요.
다른 참가자의 게임도 값을 제대로 받았어요. 그 게임들에 낸 금액 가운데 83.5%가 0보다 컸어요. 연구진은 1분 남짓 플레이한 게임에 낸 0.37달러가, 미국 영화표(2026년 16.30달러, 90분)를 1분으로 나눈 값(약 0.18달러)의 약 두 배라고 썼어요. AI 게임은 그보다 더 받았어요.
재미와 창의성 평가에서도, 창작이 직업인 사람이 만든 게임보다 AI 게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연구 1의 제작자는 일반 참가자였어요. 그래서 연구진은 연구 2에서 Prolific 직업 선별 문항으로 게임 개발자 51명, 그래픽 디자이너 70명, 콘텐츠 제작자 59명을 모았어요. 80%가 최근 일에서 다른 사람이 쓰거나 보거나 플레이할 것을 만들었다고 답한 사람들이에요. 이들도 연구 1과 같은 방식으로 게임 503개를 만들었어요.
연구 3의 소비자 549명은 프로 게임, 일반 참가자 게임, AI 게임 가운데 네 개씩 받아 값을 매기고 재미·창의성·완성도·명료성을 평가했어요. 소비자들은 AI 게임을 두 사람 쪽 게임보다 더 재밌고, 더 창의적이고, 더 완성도가 높다고 봤어요. 연구진도 “Strikingly, consumers value AI games for their creativity”, 곧 “놀랍게도 소비자는 AI 게임의 창의성을 높이 샀다”라고 적었어요.
| 연구 3에서 비교한 항목 | AI 게임과 비교한 결과 |
|---|---|
| 프로 게임에 낸 금액 | 0.16 SD 낮음(p<0.01) |
| 프로 게임의 품질 지수 | 0.21 SD 낮음(p<0.001) |
| 일반 참가자 게임의 품질 지수 | 0.34 SD 낮음(p<0.001) |
연구 3 결과는 SD 단위로만 공개돼 있어서, 프로 게임과 AI 게임을 달러끼리 나란히 놓을 수는 없어요. 재미·창의성 같은 품질 점수에는 돈이 걸리지 않았고, 돈이 걸린 결과는 지불 금액이에요. 평가는 1분 남짓 플레이한 뒤에 내린 것이라, 더 오래 플레이해도 같은 순서가 나올지는 논문이 확인하지 않았어요. 사람 제작자도 메시지를 세 번만 보낼 수 있었고, ‘프로’는 참가자가 스스로 답한 직업으로 골랐어요.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AI가 질 거라 봤는데, AI가 한 번에 써낸 235단어짜리 아이디어를 읽고 예상을 바꿨어요
연구진은 제작자에게 AI 게임이 자기 게임보다 값을 얼마나 더, 혹은 덜 받을지 물었어요. 처음 예측은 사람 쪽 우세였어요. 일반 참가자는 AI 게임이 자기 게임보다 9센트, 프로는 17센트 덜 받을 거라고 봤어요(0.3~0.5 SD, p<0.001).
제작자 3분의 2는 무작위로 뽑혀, 자기 과제 사이에 AI가 같은 기본 게임을 혼자 다시 만드는 과정을 봤어요. 화면에서 언어 모델이 제작자가 쓰던 것과 같은 입력창에 아이디어를 입력하고, 같은 코딩 에이전트가 그 글을 게임으로 만들었어요. 연구진은 아이디어를 보기 전, 아이디어를 본 뒤, AI 게임을 최소 30초 플레이한 뒤에 예측을 다시 물었어요. 예측은 AI의 아이디어 글을 읽은 순간 AI 우위로 돌아섰어요. 게임을 해 보기도 전이었어요.
그 글은 길이부터 달랐어요. 사람은 메시지 세 개를 다 합쳐도 게임 하나에 일반 참가자 60단어, 프로 89단어를 썼어요. AI는 한 번에 235단어를 보냈어요. 연구진은 이 차이를, AI 게임이 값을 더 받은 이유에 대한 “One potential explanation”, 곧 가능한 설명 하나로 내놓았어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이 게임을 낫게 할지 판단하는 일은 사람에게 비싸고 어렵지만, AI는 아이디어를 즉시, 싸게 내놓아요. 그래서 AI가 평균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더 많이 넣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논문은 이것을 원인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어요.
AI 제작 과정을 본 제작자가 그 뒤 만든 게임은, 과정을 보지 않은 제작자의 게임보다 소비자가 매긴 재미(p=0.05)·창의성(p=0.01)·완성도(p=0.02) 평가가 높았어요. 하지만 소비자가 낸 금액은 과정을 보지 않은 제작자의 게임보다 0.11 SD 높았을 뿐 유의하지 않았고(p=0.31), AI 게임보다는 여전히 낮았어요(연구 1에서 0.21 SD, 연구 3에서 0.15 SD). 과정을 본 제작자의 자부심은 보지 않은 제작자보다 0.14 SD 낮았고, 자기 게임을 공개 사이트에 올리는 데 내겠다는 금액도 0.13 SD 적었어요(둘 다 p=0.05).
AI가 만들었다고 밝혀도 AI 게임에 더 낸 돈은 거의 그대로였어요
소비자가 사람이 만든 것을 그 자체로 더 쳐 준다면,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 주는 순간 AI 게임에 사람이 만든 게임보다 더 낸 금액이 줄어야 해요. 연구 1에서는 일부 소비자에게 “designed by another participant who worked with an AI, just like you did”(당신처럼 AI와 함께 만든 다른 참가자의 게임) 또는 “by an AI on its own”(AI가 혼자 만든 게임)이라는 표시를 보여 줬어요. 연구 3은 표시하지 않은 갈래, 표시하면서 낸 돈을 제작자에게 지급하는 갈래, 표시하되 지급하지 않는 갈래로 나눴어요.
| 연구 전체를 합친 결과 | AI 게임에 사람이 만든 게임보다 더 낸 금액 |
|---|---|
| 제작자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 | 6.8센트(p<0.01) |
| 제작자를 표시했을 때 | 6.0센트(p<0.001) |
| 두 값이 같다는 가설 | 기각되지 않음(p=0.79) |
연구 전체를 합친 값이라 연구 1의 10센트와는 달라요. 연구 3의 세 갈래도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없었어요(p=0.87). 다만 연구 1만 따로 보면 AI 게임에 더 낸 금액의 점추정치는 표시하지 않았을 때 11.83센트, 표시했을 때 7.49센트였어요. 이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어요(p=0.328). 유의하지 않다는 결과는 효과가 없다는 증명이 아니라, 줄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뜻이에요. 연구진도 연구 3의 추정치는 “less precisely estimated”, 곧 덜 정밀하게 추정됐다고 적었어요.
소비자가 표시를 못 봐서 생긴 결과도 아니었어요. 표시를 본 소비자는 92.8% 게임에서 제작자 표시를 정확히 기억했어요. 표시가 없던 소비자는 사람 작품과 AI 작품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어요. 사람 작품일 확률을 AI 게임에 59.3%, 사람 게임에 58.2%로 봤어요(p=0.67). 연구진은 이 결과에서 나오는 함의를 이렇게 정리했어요.
little hope for strategies that emphasize a human hand in production
사람 손을 거쳤다고 강조하는 전략에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에요. 연구진은 한계도 밝혔어요. 가격은 센트 단위였고, 플레이는 1분 남짓이었고, 제작은 몇 주가 아니라 몇 분이었어요. 음악이나 책처럼 소수 작품이 시장을 차지하는 곳, 과학 연구 같은 곳까지 결과를 넓힐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썼어요. 제작자와 소비자가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처럼 표시가 아닌 다른 방법은, 사람 작품을 더 쳐 주는 선호가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고 봤어요. 반대로 AI를 일부러 약하게 만들고, 소비자를 제작자와 같은 사람들로 채우고, AI 관여를 눈에 잘 띄게 표시한 설계는 모두 사람에게 유리한 쪽이었다고 짚었어요. 10월 26일 기준으로 이 논문에 대한 공개 반론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실험을 시작할 때 제작자들은, 사람이 AI에게 방향을 정해 준 게임이 AI 혼자 만든 게임보다 값을 더 받을 거라고 봤어요. 1분짜리 게임 시장에서는 지시 한 줄만 받은 AI의 게임에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냈고, 사람이 만들었다고 밝혀도 그 차이는 거의 그대로였어요. 이런 시장에서 사람 제작자가 넘어야 할 기준은 이제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이 아니라, 지시 한 줄만 받고 AI가 혼자 만든 게임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