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aaS 갱신 견적서를 받았는데 작년이랑 비슷했나요? 그럼 당신은 이미 손해를 보고 있어요. 시장의 협상력이 통째로 바이어 쪽으로 넘어왔는데, 그걸 모르면 작년 가격을 그대로 내고 있는 셈이거든요.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 — 소프트웨어 주가가 S&P 500보다 싸게 거래되기 시작했어요. 닷컴 버블 붕괴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2022년 금리 발작 때도 한 번도 없던 일이에요. 현대 시장 역사상 처음입니다. 20년간 무적이던 비즈니스 모델에 시장이 처음으로 의문을 던진 거예요. 그리고 그 의문의 반사이익은, SaaS를 사는 쪽이 가져갑니다.

3초 요약
소프트웨어 P/E 84x→22x 시가총액 $2조 증발 벤더가 고객 이탈에 떪 지금이 재협상 골든타임

당신 회사 예산은 지금 조용히 재배치되는 중이에요

먼저 큰 그림. SaaStr의 Jason Lemkin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포워드 P/E가 2020년 84.1배에서 2026년 3월 22.7배로 추락했어요. IGV(iShares 소프트웨어 ETF)는 연초 대비 21% 이상, 2025년 9월 고점 대비로는 약 30% 빠졌고요. 시가총액 $2조가 증발했어요. Forbes는 이걸 "SaaSpocalypse"라 부르고, 소프트웨어를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은 $240억을 벌었어요.

그런데 정작 무서운 건 주가가 아니에요. 그 밑에서 돈의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이에요. @darraghog가 X에서 정확히 짚었어요: "2026 SaaS 크래시는 진짜다. AI 에이전트가 Salesforce를 대체해서가 아니라, AI가 예산을 먹어치우고 있어서."

이게 당신 회사 안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어요. 누군가 ChatGPT Team, Claude, Copilot을 결제하고 있고, 그 돈은 어디선가 나와야 하죠. 그 어디선가가 바로 기존 SaaS 예산이에요. 1만 명 이상 기업에서 AI 앱 지출이 전년 대비 400% 급증했고, SaaStr은 소프트웨어 성장 둔화의 최대 70%가 이 예산 이동 때문일 수 있다고 봐요. 결과는 숫자에 그대로 찍혔어요 — Salesforce 성장률 25%→8%, HubSpot 47%→17%, Snowflake 106%→24%.

400%
대기업 AI 앱 지출 증가 (YoY)
70%
소프트웨어 둔화 중 AI 예산 이동 몫(추정)
22.7x
소프트웨어 포워드 P/E (역대 최저)

그래서 뭐가 달라졌냐면 — 협상 테이블이 뒤집혔어요

20년간 SaaS 벤더가 갑이었어요. 70~80% 매출총이익률, 예측 가능한 반복 수익, 1달러 추가 매출에 드는 비용이 거의 0인 모델. 시트 한 장 더 팔면 그대로 이익이었으니 아쉬울 게 없었죠.

그런데 그 시트 확장 엔진이 꺼졌어요. AI 에이전트 하나가 5명분 일을 하면, 기업은 500시트 대신 100시트만 사요. 그리고 벤더들이 떨기 시작했어요. 시트 기반 가격을 쓰는 SaaS 기업 비율이 12개월 만에 21%에서 15%로 줄고, 하이브리드 가격은 27%에서 41%로 급증했어요. Salesforce의 Flex Credits, Microsoft의 Copilot Credits 같은 사용량 기반 모델로의 황급한 전환이죠. 한마디로, 벤더가 모델을 바꿔서라도 고객을 붙잡으려는 국면이에요. 갑이 더 이상 갑이 아니에요.

업계 거물의 입에서도 확인돼요.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기업을 사고 키워온 Thoma Bravo의 Orlando Bravo가 이번 달 공개적으로 "AI에 disruption 당하는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매우 정당하다"고 말했어요. 이 사람이 이런 말을 공개석상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신호예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 바이어를 위한 4단계

이 국면은 SaaS를 사는 쪽엔 오랜만에 찾아온 협상 우위예요. 갱신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걸 하세요.

  1. 먼저 포트폴리오를 감사하세요 (협상의 탄약 확보)
    이미 기업 평균 SaaS 앱 수가 112개에서 106개로 줄었고, 82%의 기업이 공급업체 수를 줄이고 있어요. 미사용 시트, 중복 도구, 비활성 라이선스를 먼저 솎아내세요. 여기서 빠지는 돈이 곧 AI 도구 예산이자, 다음 협상의 레버리지예요.
  2. 갱신 시점에 시트 계약을 재협상하세요
    갱신은 1년에 한 번뿐인 비용 절감 창이에요. 라이선스 규모를 실사용 기준으로 적정화하고, 사용량 기반·하이브리드 모델로의 전환을 요구하세요. 핵심은 협상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 — 지금 벤더는 당신을 잃기 싫어해요. "안 되면 시트 줄이겠다"는 카드가 실제로 먹히는 시기예요.
  3. 섀도 AI 지출을 양지로 끌어내세요
    직원들이 개인 카드로 결제하고 경비 처리하는 ChatGPT·Claude 지출이 통제 밖에서 늘고 있어요. 이걸 중앙에서 모으면 (1) 팀 플랜으로 단가가 떨어지고 (2) 보안 리스크가 줄고 (3) 1번에서 솎아낸 SaaS 예산을 여기로 명시적으로 돌릴 수 있어요. 흩어진 지출을 한 줄로 모으는 게 핵심이에요.
  4. SaaS를 파는 쪽이라면: "AI 탑재" 리브랜딩은 안 통해요
    제품 설명에 "AI-powered"만 붙이는 건 시장이 이미 간파했어요. 살아남는 건 AI 에이전트로 고객의 복잡한 프로세스 비용 자체를 줄여주고 정량화된 ROI를 보여주는 제품이에요. 참고로 BCG에 따르면 주 6시간 이상 직접 AI를 익히는 CEO가 이끄는 기업이 상위 5%에 들 확률이 12배 높아요. 위에서부터 손에 흙 묻혀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정말 위기이긴 한 걸까? — 두 갈래

여기서 한 발 물러나 볼 필요가 있어요. 이게 SaaS의 종말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예산이 재배치되고 있을 뿐이라는 반론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투자·전략 관점에선 두 시나리오가 팽팽해요.

매수 기회론

22배 포워드 P/E에, 누적된 데이터·기업 관계·10~20년짜리 고객 락인을 가진 회사들이 거래되고 있어요. 성장이 중간만 나와줘도 지금은 싸다는 논리예요.

구조적 위험론

시트 확장이라는 성장 엔진이 꺼지고 가격 협상력까지 약해지면, 22배도 비싼 거예요. 감속하거나 역성장하는 회사의 "적정" 멀티플은 애초에 22배가 아니니까요. 이전 위기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땐 모델이 멀쩡했고 경제만 회복되면 됐지만 이번엔 모델 자체가 검증대에 올랐다는 거예요.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한 줄 더. 다음 라운드는 퍼블릭 comps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져요. 빠른 성장 + 자본 효율이 있으면 괜찮지만, "SaaS 멀티플은 늘 돌아왔으니까"라는 가정은 이제 훨씬 더 많은 입증을 요구받아요. 과거 회복의 전제는 '모델이 온전했다'는 거였거든요.

요약하면 — 시장 전망이 불(bull)이든 베어(bear)든, 바이어로서 당신이 할 일은 똑같아요. 갱신 시즌이 끝나기 전에 위 4단계를 돌리세요. 협상력이 당신 쪽에 있는 시기는 길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