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짜는 일은 이제 거의 공짜가 됐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볼게요 — 그래서 당신 팀은 더 좋은 걸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그냥 더 많이 만들고 있나요?

a16z 컨슈머 파트너 Anish Acharya가 2026년 1월 "Notes on AI Apps in 2026"에서 던진 진짜 문제가 바로 이거예요. AI 덕분에 '만드는 능력'은 10배 늘었는데, '뭘 만들지 정하는 능력'은 그대로라는 거죠. 병목이 옮겨갔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팀은 옛날 병목(만드는 속도)을 푸는 도구에만 돈을 쓰고 있고요.

이 글은 a16z 노트를 그냥 요약하지 않아요. 거기서 이번 주에 당신 팀에 적용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왜 그게 먹히는지까지 설명할게요.

이 글의 결론 먼저
병목은 '제작'이 아니라 '판단'으로 이동 법무·재무·HR도 소프트웨어 퍼스트 이번 주 4가지 액션

왜 도구를 늘려도 제품이 안 좋아질까

지금 당신이 쓰는 도구를 떠올려보세요. IDE, Figma, 스프레드시트, 코딩 에이전트 — 전부 "만드는 도구(Making Tools)"예요. 머릿속에 이미 그림이 있을 때 그걸 빠르게 찍어내는 도구죠.

그런데 "뭘 만들어야 하지?"를 탐색하는 도구는요? 거의 없어요. Acharya는 AI 코딩 에이전트가 정확도와 작업 시간 범위 양쪽에서 좋아질수록, 어려운 문제가 "어떻게 만드냐"에서 "뭘 만드냐"로 통째로 넘어간다고 봐요. 제작이 공짜에 가까워지면, 경쟁우위는 전부 판단력 쪽으로 쏠리니까요.

왜 모델이 이걸 대신 못 하냐고요? Acharya의 진단이 날카로워요 — 모델한테 "다음에 뭘 만들까" 물으면 아이디어가 밋밋하고, 파생적이고, 진짜 좋은 제품 사고에서 나오는 불꽃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미래의 PM은 아침에 출근해서, AI가 밤새 구상하고 만들고 A/B 테스트까지 끝낸 기능 2~3개를 리뷰하고 고르는 사람이 돼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

"코드 만드는 건 싸졌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건 여전히 비싸다." — 이게 2026년의 진짜 비대칭이에요.

가장 큰 기회는 엔지니어링 밖에 있어요

여기가 대부분이 놓치는 지점이에요. 사람들은 코딩 에이전트를 엔지니어 생산성 도구로만 봐요. 하지만 Acharya가 가리키는 진짜 광맥은 "서비스 기능"이에요.

기업 안에는 두 종류의 팀이 있어요. 파워 기능(엔지니어링·프로덕트·퍼포먼스 마케팅) — 이미 소프트웨어로 무장돼 있죠. 그리고 서비스 기능(법무·재무·HR·조달) — 아직도 사람과 프로세스, 외부 업체에 기대고 있어요. 코딩 에이전트는 이 둘 사이의 벽을 무너뜨려요. 이제 법무팀도, 재무팀도, 외부에 의뢰하기 전에 자기 손으로 소프트웨어 도구를 쥘 수 있거든요.

이게 왜 큰 레버리지냐면 — 파워 기능은 이미 최적화돼 있어서 +10% 짜내기도 힘들어요. 반면 한 번도 소프트웨어를 안 써본 서비스 기능은 첫 도입에서 2~3배가 그냥 나와요. 같은 노력, 다른 효과.

업무지금 (사람·프로세스 의존)소프트웨어 퍼스트
법무 계약 검토외부 로펌 + 수작업 리뷰Harvey 같은 도메인 AI로 1차 자동 검토
마케팅 캠페인에이전시 의뢰 → 2~4주 리드타임코딩 에이전트로 자체 도구 제작
재무 분석스프레드시트 수작업AI 네이티브 분석 파이프라인
제품 우선순위분기 1회 로드맵 회의AI가 매일 기능 제안 → 즉시 검증

그런데 SaaS는 망하는 거 아니었나요

타이밍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2026년 초 SaaS 주가가 30% 폭락하면서 "SaaSpocalypse" 공포가 돌았거든요. AI가 소프트웨어를 잡아먹는다는 거죠. a16z의 반박은 정반대예요 — AI는 소프트웨어를 죽이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를 키운다는 거예요.

핵심은 "AI 앱 ≠ AI 모델"이에요. 모델은 점점 평준화되지만, AI 은 최첨단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 도메인 특화 UI + 이제는 아주 싸게 깔 수 있는 방대한 기능 표면을 결합해서 복리를 쌓아요. 소프트웨어의 클래식 해자(네트워크 효과·브랜드·프로세스 파워)도 AI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요.

숫자가 증명해요. ChatGPT는 9억 주간 활성 사용자, Claude Code는 출시 6개월 만에 연 매출 10억 달러를 찍었어요. 코딩 영역만 봐도 2025년 한 해 동안 10억 달러 넘는 신규 매출이 모델 랩이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나왔고요. 구글의 규제 약속, OpenAI의 동시다발 전쟁 같은 빅테크의 복잡한 포지셔닝이 오히려 앱 레이어 스타트업에게 빈틈을 열어준다는 거예요.

덤으로, 그동안 커맨드라인 뒤에 갇혀 있던 AI의 진짜 기능이 일반인에게 풀리는 중이에요 — Wabi가 소비자에게 코드 생성을 노출했고, ChatGPT/Grok의 이미지 탭이 이미지 생성을 대중화했고, Apps Directory와 Skills가 MCP·프롬프트 플러그인을 일반인에게 열고 있어요. 시장이 넓어지는 방향이에요, 좁아지는 게 아니라.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것

  1. 서비스 기능부터 점검하세요
    법무·재무·HR·조달 중에 아직 100% 수작업+외주인 팀을 하나 고르세요. 거기에 도메인 특화 AI(Harvey, Hebbia)나 코딩 에이전트(Claude Code, Codex)를 먼저 붙여보세요. 파워 기능이 아니라 여기가 ROI가 제일 높아요.
  2. '만드는 도구' 옆에 '탐색하는 도구'를 두세요
    코딩 도구만 깔지 말고, "실행 전에 탐색"을 우선하는 제품 — Cursor의 에이전트 모드, Antigravity 같은 — 을 팀 워크플로에 넣으세요. 병목이 판단으로 옮겨갔으니 도구도 거기로 옮겨야죠.
  3. 백로그를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어진다" 전제로 재평가하세요
    AI가 밤새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다면, 분기 로드맵은 너무 느려요. 주간 실험 사이클로 바꾸고, 우선순위 회의를 "뭘 만들까"가 아니라 "뭘 죽일까"로 운영하세요.
  4. 멀티 모델로 가세요
    한 모델에 종속되지 마세요. OpenAI·Gemini·Anthropic이 엔터프라이즈 지출의 89%를 차지하지만, 진짜 AI 앱의 경쟁력은 이들을 섞어 쓰는 오케스트레이션이에요.

대표·임원이라면 이 3가지부터

Acharya가 기존 CEO에게 던진 조언이에요. (1) 고객 대면 역할(영업·CS·수금)을 하나의 AI 기능으로 통합하세요. (2) 비기술 부서가 모델을 직접 만지게 하세요 — 이게 전사적 운영 레버리지의 출발점이에요. (3) 더 야심 찬 제품과 더 야심 찬 가격을 동시에 요구하세요.

No one tells you that you are living in the good old days until they are gone, so consider this your notice.

— Anish Acharya, a16z

가장 탈중앙화되고, 소프트웨어 주도적이고, 솔직히 그냥 재미있는 제품 사이클이래요. 다만 그 재미는 "더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고르는 사람"에게 돌아가요. 오늘 위 4가지 중 하나만 시작해도 그쪽 줄에 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