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드 단계에서 AI 스타트업 비중은 44.3%였어요.

그런데 시리즈B에 오면 이 숫자가 59.2%까지 올라가요.

같은 분기, 같은 시장을 스캔했는데 라운드를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비-AI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거예요. 우연이 아니라 계단이었어요.

3초 요약
1,729개사 Q1 스캔 AI 비중 44%→59% 계단식 상승 후속 라운드일수록 AI 프리미엄도 커짐 후기 라운드 자본, 소수 기업이 독식 비-AI는 지금 뭘로 버텨야 하나

이 계단, 착시가 아니에요

스타트업 리서치 업체 Fundraise Insider가 올해 1분기(1~3월) 펀딩을 받은 1,729개 기업, 105개 산업을 훑었어요. 공개된 금액만 합쳐도 1,745억 달러, 중앙값은 1,070만 달러였고요.

이 중 AI 기업은 629곳, 전체의 36.4%밖에 안 되는데 공개 자본의 57%를 가져갔어요. 여기까지는 "AI 쏠림"이라는 익숙한 얘기예요. 진짜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에요 — 이 보고서는 라운드 단계별로 AI 비중을 따로 쪼개서 봤거든요.

44.3%
프리시드
46.4%
시드
53.5%
시리즈A
59.2%
시리즈B

프리시드에서 시리즈B까지, AI 비중이 15포인트 계단식으로 올라가요. Fundraise Insider는 이걸 "AI 기업이 후속 라운드로 전환되는 속도가 다른 기업보다 눈에 띄게 빠르다는 뜻"이라고 짚었어요.

그리고 이 계단 밑에는 훨씬 험한 구조가 깔려 있어요. 프리시드부터 시리즈A까지가 단계가 명시된 딜의 47.8%를 차지하는데, 이 딜들이 가져간 자본은 전체의 7.5%뿐이에요. 초기 단계 딜 숫자는 많은데, 돈은 안 오는 바벨 구조인 거죠.

회사 숫자 비중만 오르는 게 아니에요. AI 스타트업 리서치 플랫폼 AgentMarketCap과 PitchBook 데이터를 인용한 Private Markets Insights가 각각 별도로 분석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단계별로 붙여보면 이래요.

단계AI 프리미엄실제 비교값
시드+42%중앙값 1,790만 달러 vs 1,260만 달러
시리즈A+30%평균 5,190만 달러 규모 라운드
시리즈D+약 4배중앙값 47억 달러 vs 13억 달러

시드~시리즈A에서 42%→30%로 살짝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던 격차가, 시리즈D 이상에서는 4배 가까이로 다시 벌어져요. 후기 라운드로 갈수록 격차가 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에요.

시리즈B 문턱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그래도 우리 회사만 잘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후기 라운드 자본이 실제로 어떻게 배분되는지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져요.

같은 1분기를 조금 더 넓은 유니버스(전 세계 약 6,000개 스타트업, 3,000억 달러 규모)로 집계한 Angel Investors Network 분석을 보면, 후기 단계(late-stage) 라운드 중 158개 기업이 전체 후기 자본의 96%를 가져갔어요. 남은 426개 후기 라운드 딜은 116억 달러를 나눠 가졌는데, 건당 평균 2,700만 달러예요.

이게 왜 문제냐면

Fundraise Insider 집계에서 시리즈B 중앙값은 5,000만 달러예요. 그런데 메가라운드 158곳 바깥에 있는 후기 딜의 평균은 2,700만 달러 — 전형적인 시리즈B가 필요로 하는 돈의 절반 수준이에요. AI 내러티브 없이 시리즈B 줄에 서면, 원하는 만큼의 라운드가 아니라 '그나마 남은 만큼'의 라운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이 흐름은 미국만의 얘기도 아니에요. 국내 벤처 정보업체 더브이씨 집계를 보면, 올 상반기 국내 시드 라운드의 91.5%가 AI·로보틱스로 쏠렸고, 100억 원 이상 대형 딜이 전체 투자금의 93%를 차지했어요. 더브이씨는 "자금이 모든 기업에 고르게 공급되는 게 아니라 대형 딜과 AI·로보틱스 중심으로 선별적 투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짚었고요.

전체 그림으로 보면 1분기 전 세계 벤처 자금 3,000억 달러 중 AI가 2,420억 달러(80%)를 가져갔어요. 1년 전 같은 분기엔 이 비중이 55%였으니, 쏠림이 느려지긴커녕 가속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시리즈B 준비하는 비-AI 창업가는 뭘 해야 하는데?

AI 라벨을 억지로 붙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건 "AI냐 아니냐"보다 "라운드 단계가 오를수록 비-AI가 뭘로 그 격차를 메꿀 건지 증명해야 한다"는 거예요. Angel Investors Network가 정리한 비AI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을 실행 순서로 정리하면 이래요.

  1. 자본효율 숫자부터 준비하기
    총 투자금 1,500만 달러로 ARR 1,000만 달러에 도달한 비AI 기업 사례가 실제로 있어요. "AI만큼 안 태워도 성장한다"를 증명하는 게 첫 관문이에요.
  2. 전략적 CVC 파트너 확보하기
    성공한 비AI 후기 라운드는 대부분 대기업 벤처투자(CVC)가 30~50% 참여했어요. 특히 방산·제조 대기업 라인이 유효했고요.
  3. 부채 파이낸싱을 대안으로 검토하기
    1분기 부채 조달은 171건, 351억 달러, 중앙값 1억 달러로 시리즈C 중앙값(7,500만 달러)보다 컸어요. 지분 희석 없이 확장 자본을 조달하는 루트예요.
  4. 데이터·전환비용 모트를 밸류에이션 언어로 바꾸기
    "알고리즘이 좋다"가 아니라 "매년 누적되는 독점 데이터", "높아지는 전환비용"으로 설명하면 투자자 눈높이가 달라져요.
  5. M&A 시나리오를 백업 플랜에 넣기
    IPO 대신 인수를 전제로 잠재 인수자 리스트까지 준비한 비AI 기업들이 후기 라운드에서 더 잘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