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는 죽었다"는 말, 요즘 부쩍 들리시죠.
근데 UiPath 지난 분기 매출은 4억 8,100만 달러 — 전년보다 14% 늘었어요. 안 죽었어요. 근데 그 안에서 조용히 다른 게 죽어가고 있어요.
RPA, 안 죽었는데요?
UiPath 실적만 보면 멀쩡해요. 연간 ARR 18억 5,300만 달러, 전년 대비 11% 증가. 그런데 숫자를 한 겹 더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AI 기능을 쓰는 고객이 안 쓰는 고객보다 지출을 약 3배 더 많이 하고 있고, 이미 고객의 90%가 AI 기능을 쓰고 있어요.
즉 살아있는 건 "RPA"라는 카테고리 자체예요. 죽어가는 건 그 안의 특정 방식 — 화면 좌표를 찍어서 클릭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옛날식 봇이에요.
죽어가는 건 정확히 뭔데?
기존 RPA는 "여기를 클릭, 여기에 타이핑"을 그대로 기록했다가 똑같이 재생하는 방식이에요. 문제는 화면이 조금만 바뀌어도 깨진다는 거예요. 버튼 위치가 옮겨지거나 팝업 하나가 새로 뜨면 그걸로 끝. 실제로 봇 60개를 굴리는 조직엔 그걸 고치는 개발자가 봇 숫자보다 많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RPA도 못 건드리던 영역이 있었어요. API가 없는 낡은 소프트웨어 — SAP·Oracle 구형 모듈, 병원 EMR, 사내 그룹웨어 같은 것들이요. 사람이 화면 보고 클릭해야만 돌아가던 업무들이죠.
여기서 computer use 에이전트가 다르게 접근해요. 좌표를 외우는 게 아니라 스크린샷을 "읽어요." 버튼에 붙은 라벨을 읽고, 지금 화면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에러 메시지가 뜨면 그것도 알아채요. 화면 레이아웃이 바뀌어도 "저장 버튼"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다시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 기존 RPA | Computer Use 에이전트 | |
|---|---|---|
| 동작 방식 | 좌표 기록 → 그대로 재생 | 화면을 읽고 이해해서 판단 |
| UI가 바뀌면 | 그대로 깨짐, 재개발 필요 | 라벨·상태를 다시 찾아 대응 |
| API 없는 레거시 시스템 | 대부분 처리 불가 | 사람처럼 화면 조작으로 처리 |
| 유지보수 부담 | 봇 수만큼, 때론 그 이상 | 상대적으로 낮음 (아직 검증 중) |
그래서 지금 뭐가 벌어지고 있는데?
Anthropic은 2025년 8월 Claude for Chrome을 소규모로 열었다가, 그해 12월엔 Pro·Team·Enterprise 전 플랜으로 확대했어요. 화면을 보고 버튼을 클릭하고 양식을 채우는 걸 브라우저 확장 하나로 하는 거예요.
국내에서도 이미 움직임이 보여요. 한 저축은행은 AI 개발자 2명과 RPA 인력 3명으로 팀을 꾸려 두 방식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재생에너지 기업 에이치에너지는 "헬리오스"라는 에이전트로 태양광 발전소 인허가부터 금융 구조화까지 자동화하고 있어요. Gartner는 2026년까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특정 작업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탑재할 거라고 내다봤고요. 2025년엔 5%도 안 됐던 수치예요.
다만 공짜는 아니에요. Anthropic이 자체 레드팀 테스트를 해보니, 아무 방어 없이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을 당했을 때 성공률이 23.6%였어요. 방어 로직을 넣은 뒤엔 11.2%로 줄었고, 특정 브라우저 공격 시나리오는 35.7%에서 0%까지 떨어뜨렸대요. 완전히 없앤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지금 우리 회사에 적용해보는 법
- 후보 업무부터 리스트업
API가 없는데 반복적으로 화면을 봐야 하는 업무를 적어보세요. 그룹웨어 결재 현황 캡처, 구버전 예약 시스템 데이터 추출 같은 것들이요. - 도구 고르기
파일·문서 중심 작업이면 Claude, 웹 폼·리서치 중심이면 다른 옵션도 비교해보세요. 도구마다 강한 영역이 달라요. - 저위험 업무로 파일럿
읽기·추출 작업부터 시작하세요. 결제·전송·삭제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액션은 뒤로 미루고요. - 권한을 좁게 설계
사이트별 접근을 제한하고, 고위험 액션엔 사람 승인을 거치도록 설정하세요. 금융·개인정보 사이트는 기본으로 막아두는 걸 추천해요. - 초기엔 결과를 이중 확인
self-healing이라고 해도 아직 검증 구간이에요. 처음 몇 주는 결과물을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하는 루틴을 넣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