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마블·픽사·스타워즈 캐릭터로 AI 영상을 무한 생성하는 계약에 10억 달러를 걸었어요.
그 베팅은 15개월 만에 공중분해됐어요.
그런데 이번 주, 디즈니가 다시 꺼낸 카드는 AI가 아니라 '틱톡에서 팬들이 이미 만들고 있던 영상'이었습니다.
10억 달러짜리 베팅, 왜 무너졌는데?
2024년 12월, 디즈니는 OpenAI와 3년짜리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어요. 마블·픽사·스타워즈 캐릭터 200개 이상을 Sora(OpenAI의 AI 영상 생성 서비스)에 풀어주고, 그 대가로 OpenAI 지분 10억 달러어치를 받기로 한 딜이었죠. "책임감 있는 스토리텔링"과 "창작자 권리 보호"를 함께 챙기겠다는 게 명분이었어요.
근데 딱 15개월 만에, OpenAI가 Sora 자체를 접었어요. 2026년 3월 24일, OpenAI는 컴퓨팅 비용은 치솟는데 실사용자는 5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걸 이유로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고, 디즈니는 공식 발표 한 시간도 안 남기고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해요.
"We're saying goodbye to Sora. To everyone who created with Sora, shared it, and built community around it: thank you."
— OpenAI
디즈니의 반응은 짧았어요. "OpenAI가 영상 생성 사업에서 철수하고 우선순위를 옮기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 계약금이 오간 건 아니었지만(지분 투자는 아직 집행 전이었어요), "AI로 캐릭터 콘텐츠를 무한 생산한다"는 전략 자체가 파트너와 함께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디즈니가 고른 카드는?
5개월 뒤인 8월, 디즈니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어요. AI가 캐릭터 영상을 '생성'하게 만드는 대신, 이미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팬 영상을 정식으로 끌어안는 것이었죠.
디즈니와 틱톡은 '디즈니 크리에이터 앰버서더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요. 참여 크리에이터는 마블·픽사·스타워즈·FX 등 디즈니 라이브러리의 승인된 장면·자산에 접근할 수 있고, 만든 영상은 틱톡과 디즈니+ 앱 안의 '버츠(Verts)' 섹션에 동시에 걸려요. 잘하는 크리에이터일수록 특별 보상, 독점 이벤트 초청, 경력 개발 기회까지 얻는 계층형 구조고요. 미국에서 먼저 시범 운영하고, 이후 글로벌로 넓힐 계획이에요. 이 소식은 국내 테크 매체에서도 "마블·스타워즈로 숏폼 만든다"는 제목으로 다뤄질 만큼 화제였어요.
디즈니가 이 방향을 택한 이유는 숫자에 있어요. 틱톡에는 하루 평균 650만 개의 영화·TV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고, 그렇게 콘텐츠를 발견한 사람의 약 50%가 실제로 그 작품을 스트리밍으로 이어본다고 해요. AI가 아직 해내지 못한 '팬을 스트리밍으로 데려오는 일'을, 사람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매일 하고 있었던 거예요.
디즈니 마케팅 총괄은 이걸 이렇게 요약했어요. "최고의 스토리텔러는 팬입니다. 오늘날 팬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업계 분석도 비슷한 결을 짚어요 — 팬메이드 콘텐츠가 더는 마케팅의 부산물이 아니라, 제품 경험 자체의 일부가 됐다는 거죠.
디즈니만 이러는 거 아니잖아?
사실 이건 업계 전체의 흐름이에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일제히 자기 앱 안에 '숏폼 소셜 피드'를 만들고 있거든요. 근데 '피드만 만든 곳'과 '크리에이터 관계까지 만든 곳'은 갈려요.
| 서비스 | 숏폼 피드 | 크리에이터 관계 |
|---|---|---|
| Netflix | 모바일 전용 세로 피드 | - |
| HBO Max | Shorts (AI 장면 추출 + 사람 편집) | - |
| Prime Video | Clips (시청 이력 기반 개인화) | - |
| Disney+ | Verts | 크리에이터 앰버서더 프로그램 |
| Tubi | - | 틱톡 크리에이터 인큐베이터로 장편 전환 지원 |
HBO Max는 'Shorts' 피드에서 AI로 수천 시간 분량 중 장면을 골라내지만, 최종 편집판은 사람 에디터가 확정해요. Tubi는 이미 크리에이터 200명과 함께 10개월간 16,000개 에피소드를 만들어온 실적 위에, 틱톡과 손잡고 크리에이터가 장편 오리지널로 넘어오는 인큐베이터까지 새로 만들었고요. AI가 대체하려던 자리를, 결국 사람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이 채우고 있는 거예요.
우리 브랜드도 이 카드를 쓸 수 있을까?
디즈니만큼의 IP는 없어도, 이 플레이북의 뼈대는 웬만한 브랜드도 옮겨올 수 있어요.
-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팬 콘텐츠부터 찾기
틱톡·인스타에서 브랜드명·제품명을 검색해보세요. 디즈니도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에 하루 650만 개의 관련 게시물이 이미 있다는 걸 먼저 확인했어요. - 승인된 자산 키트 만들기
로고, 클립, 사용 가이드라인을 묶어서 배포하세요. 크리에이터가 저작권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소재가 있어야 참여율이 올라가요. - 계층형 리워드 설계
처음부터 현금 보상일 필요는 없어요. 디즈니도 1단계 혜택은 노출·이벤트 초청·경력 기회예요. 성과가 나오는 크리에이터에게 단계적으로 더 얹는 구조로 시작하세요. - 자사 채널에 노출 지면 만들기
앱, 웹사이트, 뉴스레터 어디든 팬 콘텐츠가 상시 노출될 자리를 하나는 만드세요. 틱톡 안에만 머물면 '남의 플랫폼'에 계속 의존하는 셈이에요. - 발견→전환 전환율 추적
팬 콘텐츠를 본 사람이 실제로 구매·시청까지 이어지는지 숫자로 봐야, 다음 분기에 이 프로그램에 계속 투자할 근거가 생겨요.





